최병관 사진전 <생명, 환희 그리고 DMZ>
2008.06.20 ~ 2008.07.19
양평 갤러리 와에서 사진가 최병관씨를 초청하여 2008년 6월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생명, 환희 그리고 DMZ 사진전' 과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번 전시는 최병관씨의 20여 년간 사진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사진들로써, 1부-걷고 싶은 길, 2부-바다가 그리워질 때, 3부-환희, 4부-생명의 땅 비무장지대 총 4부로 나뉘어 전시된다.
최병관씨는 전후 반세기만에, 민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휴전선 155마일이 눈앞에 있는 군부대에서 2년여 기간 동안 숙식하면서 사진작업을 하였고 그 작업의 결정은 전시와 함께 저서로도 발간되어 국내외적으로 명성을 높이게 되었다. 특히 2004년 '일본동경사진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열어 일본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최병관씨의 사진작업특징은 후드,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트리밍을 하지 않는 것이다. 혼자 사진을 시작하였기에 스스로 터득한 자신만의 사진철학을 가지고 지금까지 철저히 지켜오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디지털카메라의 홍수 속에서도 오직 필름카메라를 고수하는 것 또한 그가 가진 고집 중 하나일 것이다. 사진공부도 혼자서 했기에 오히려 틀에 갇히지 않고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최병관씨는 말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사진주제는 바로 자연이다. 그의 작품은 구상이건 추상이건 모두 자연 속에서 만들어 진다. 끊임없는 사진작업과 실험을 통하여 만들어진 그의 사진 속에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트리밍을 전혀 하지 않은 사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깨끗하며, 그가 전달하는 자연은 외롭고 암울하지만 따뜻하며 아릿한 그리움마저 불러오게 한다.
최병관씨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것은 명예와 부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오래도록 살아온 고향이 언젠가는 개발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고향사람들과 어머니의 삶 그리고 고향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 기억들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기에 부와 명예를 훌훌 털어버리고 사진가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런 최병관씨도 사진을 시작하고 3년만에 카메라를 버리고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던 적이 있다. 자기 사진의 예술성이 회화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끈질기게 파야 맑은 샘물을 마실 수 있다.'고 그에게 말씀하신다. 그 말씀을 듣고 1년이 지난 후 사진을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진 찍는 일에 몰두 한 결과 이제는 화가들이 부럽지 않다고 한다. 자연이 발하는 신비한 색깔로 사진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의 추상사진을 보면 자못 황홀감에 빠진다. 그림을 찍어온 것 같기도 하고, 컴퓨터로 작업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모두 오랜 세월을 흘러온 자연을 사진으로 담은 것이다.
그의 사진 속에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고향 얘기들로 가득하며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진솔하고도 가깝게 다가온다.
최병관씨는 지금까지 24번의 국내외 개인전과 11권의 사진책, 2권의 시집을 출간한 바가 있으며 등단 시인이기도 하다. 2001년에는 일본의 NHK방송에서 아시아의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한국의 사진가 최병관 편"을 전 세계에 방영하였다. 1999년 대통령 표창, 2002년 인천광역시문화상(미술부문), 2004년 외교통상부장관표창, 2005년 인천환경인대상을 수상하였다.
최병관 작가노트
사진으로 곱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 내가 태어나 살아온 고향은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과도 같았다. 대문열고 나서면 논두렁에 버들강아지와 미루나무가 줄지어 서있었다. 꼬부랑 논두렁길을 지나면 수인선 기찻길이 곧게 뻗어 있었으며, 기차는 하루에 세 번을 빽빽거리며 힘차게 달려갔다. 철길 너머 넓은 갯벌엔 바닷물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신비스런 자연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슬금슬금 현대문명의 그늘이 밀려오면서 빠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어떤 힘으로도 밀려오는 개발의 괴력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얼마나 가슴아파했는지 모른다. 나는 그때부터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에 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고향마을과 고향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 오래 보존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 하고는 늦었다는 나이에 사진가의 길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물론 화려함이나 명예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으나 물질의 유혹을 떨쳐버리기란 매우 어려웠다. 또한 비난의 목소리를 감당하기위해 피눈물 나는 자신과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사진 주제는 모두 자연 속에서 만들어진다. 자연은 위대하며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 만드는 그 시간만큼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자연과 마주할 때 생겨나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색깔들은 과학의 논리로는 풀 수가 없다. 이 세상 제일가는 화가라 할지라도 자연이 빚어내는 색깔만큼 아름답고 고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신비스런 색깔은 섬광처럼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서 찬란한 자연의 색깔을 마음껏 칠하게 된다. 게다가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자연 속에 숨어있기에 하나하나 찾아서 사진으로 만들어 질 때의 기쁨은 어떤 방법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자연은 어느 누구에게나 쉽게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며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자연과 친구가 되어야 하며 모진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사진가의 길은 고독하지만 특별한 기쁨의 선물 받는다. 나는 사진작업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쉼 없이 한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직 내 삶의 전부이며 생활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가로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타협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 덜하다는 이유도 있다. 그래서 오직 사진 만드는 일에만 전념 할 수 있다. 사진공부를 힘겹게 독학으로 하면서 때로는 좌절과 한계를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혼자 공부 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독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공부하다보니 늘 고독하고 외로움이 한없이 밀려올 때는 깜깜한 밤이 무섭기조차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오히려 나만의 특별한 철학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첫 번째는, ‘후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휠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 ‘트리밍 하지 않는다.’
수없는 실패와 반복되는 오랜 실험으로 얻은 확고한 나의 사진철학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철저하게 지키며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다. 사진가로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타협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 덜하고 자유롭다. 오직 사진 만드는 일에만 전념 할 수 있기에 끊임없이 주제를 찾아 집중적으로 사진작업을 한다. 그러다보니 사진의 주제가 많을 수밖에 없으며, 매번 발표하는 사진들은 비무장지대 사진을 제외하고는 5년에서부터 20년까지 준비해온 것이기에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들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사진들은 한 주제에 두 번씩 전시를 한다 해도 56회를 해야 할 판이다.
나는 가능한 사진책 만들기에 관심을 집중한다. 왜냐하면 필름 원판을 혼자 보관하는 것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감상하면서 역사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와 사진책에는 새로 발표하는 3개 주제와 비무장지대를 포함 했다. 비무장지대 사진은 발표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제외시키려 했지만 국내외적으로 높은 관심지역인 탓에 와 갤러리 ‘김경희’ 관장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이번 전시에 포함시켰다. 규모가 큰 갤러리이기 때문에 동시에 4개 주제를 전시하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내가 느낀 곱고 아름다운 감정을 사진에 담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향유 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모두가 나를 떠날 때 오직 자연은 수많은 것을 끊임없이 내게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제일의 친구가 되었다. 또한 사진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준 셈이다. 그 자연의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시류에 흔들리지 않으며, 나의 확고한 철학으로 사진작업은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아울러 고마운 분들과 영원히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진을 쉼 없이 만들어 갈 것이다.
오늘따라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 말씀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어느 겨울날이었다. 현상한 필름을 정리하면서 버릴 것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것을 바라보시면서 “너는 내 생전에 부자 되기는 다 틀렸다. 그렇다고 해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는 말거라.”고 하신 어머니는 가끔씩 불쑥불쑥 나타나셔서 나를 울려놓고는 야속하게도 훌쩍 떠나신다.
2008. 5 고향 산뒤마을에서 최 병 관
최병관
사진가·시인
건국 50주년 기념 국방부. 육군본부 위촉 작가로 선정, 휴전선 155마일을 도보로 2년간(1997-1998) 3번을 횡단하면서 사진작업을 했으며, 전국 8대도시를 3개월간 순회전시 했다. 2000-2003년까지 전쟁으로 끊어진 경의선 남북철도. 도로연결 비무장지대 작가로 선정 사진작업을 했다. 2000년 일본NHK TV에서 아시아의 작가로 선정 하였으며, 2004년에는 국제적인 ‘일본동경사진미술관’ 초청 개인사진전을 열었다.
2005. 중앙일보. 카익카 공동기획 ‘가난에 갇힌 지구촌 아이들’ 취재 작가로 선정, 스리랑카·캄보디아 사진작업을 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해서 국내외 23번의 개인전, 11권의 사진책과 2권의 시집을 출간 했다. 대통령표창(2000), 인천광역시문화상(미술부문2002), 외교통상부장관표창(2004), 육군참모총장 감사패(1999)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