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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사진전 <영종도>

2011.07.01 ~ 2011.07.24

김윤경 사진전 <영종도>

작가 노

유년시절 인천 연안부두에서 통통배를 타고 작고 아담한 섬 영종도를 찾았을 때의 기억으론 어스름해 질 무렵 황혼 빛에 심취되어 깊고 고유한 파장을 일으켰던 회상이 떠오른다. 이성과 감성이 교차한 또 다른 사유세계 즉, 감각과 지각을 통해 외적 내적 미를 인식했다. 그때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던 모습(트라우마)들이 아직도 나의 뇌리에는 생생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억이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며 퇴색되어가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기억들을 더 많이 끄집어내게 된다. 또한, 예술작품 속에 무의식을 캐내는 정신분석의 예술창작은 어린 시절 기억에 두고 있다. 발걸음을 영종도로 향하게 하는 것 역시 유년시절 무의식세계의 각인된 흔적들이라 생각한다.

바다와 섬 이미지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바다와 섬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이미지는 인간 내면의 넓고 깊은 사유 세계를 기억하도록 유도하는 사진으로 신기루 같은 과거 영종도의 재현이며 뚜렷하지 않은 이미지와 약간은 어둡고 단조로운 색조가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서 옛 기억을 추억해내는 비자발적인 기억을 끄집어내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되었다. 고도성장으로 날로 변모해 가는 영종도 모습에서 유년시절 영종도를 오가며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던 비자발적인 기억들이 더 강렬하게 솟구쳐 그것들을 통해 사진적 이미지로 담고자 한 것은 예술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기록적인 면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었다.

최종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영종도에 대한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서 자신의 옛 기억을 추억해내는 색감으로 세피아 톤을 사용하여, 영종도에서 느꼈던 내면적 담론을 풀어가고자 톤 밸런스를 의도적으로 접근하였다. 일부 사진 속 먹구름은 Digital Collage작업과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였으며 프린트는 Digital Printing으로 기종은 Epson Stylus PRO 9800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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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진가가 어느 특별한 소재에 대해 일관된 관심을 가진 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작가의 고집과 색깔이라는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라 본다. 그거야 말로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하고자 대상에 몰입하고 탐닉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김윤경의 바다를 보면 마치 오래된 사진을 보는 것처럼 흑갈색으로 아련하다. 참 멀리 떠나온 시간처럼, 그리운 유년의 시간처럼 그 바다는 그렇게 멀리 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출렁이는 바다가 아니라 마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바다처럼 말이다. 그녀의 작품집 《기억으로 그리는 영종도 풍경》이 이렇게 오래된 사진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녀가 바다를 통해 그리워하는 유년시절을 마음으로 담아내었기 때문이 아닐까?

- 류경선(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명예교수)

작가는 지형적 변화에 대한 어떠한 비평도 어떠한 견해도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작가는 의도적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는 과거 영종도 갯벌을 사진적인 방식으로 현재에 병치시키면서 또 다시 현재의 장면에 익숙하게 되는 인간의 자생적인 적응에 의문을 던질 뿐이다. 이럴 경우 작가가 보여준 갯벌 장면은 오늘날 변화된 현재의 영종도가 아니라 현재의 공간에 이중으로 투영되어 나타나는 기억의 영종도인 셈이다. 장면은 또한 급진적으로 진화되는 환경에 대한 의문일 뿐만 아니라 삶의 익숙 속에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과거 경험적인 기억이 현재에 동화되어 나타나는 전이를 암시한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상황에 동화되는 자생적 익숙을 아비투스(habitus) 라고 하는데 작가가 던지는 사진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작가의 사진이 우리에게 함축하는 무언의 메시지는 인간이 주어진 현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환경에 적응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 또한 얼마나 위대한 삶과 기억의 아비투스인가?

- 이경률 (사진이론가)

김윤경 사진가의 의식 속에 잠재한 인지된 기억이 영종도라는 이름과 함께 그녀의 잠재의식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기억 속에 잠재한 불특정 다수의 사물들은 어떠한 충격으로 인하여 한번 뇌리에 각인되면 그것이 유사한 사물로 눈앞에 나타나는 그 상호작용에 의하여 사전에 인지되고 각인되었던 영상들이 기억 속에 잠재된 과거의 영상들을 재현 해내는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공항 건설이후 점진적으로 사라져가는 갯벌과 지난날의 기억 속에 머물고 싶어 하는 작용 반작용의 충돌이 빗어낸 결과물이 새로운 예술작품을 창작하게 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의 그 아름답던 기억속의 황금빛 갯벌은 드넓은 하늘공원으로 변모하여 세계의 거리를 단축시켜주는 신공항으로 새롭게 탄생되었으나 작가의 시각 속엔 여전히 몽환적인 기억속의 갯벌만이 보일 뿐이다.

김윤경 사진가의 유년기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영종도의 이미지는, 그녀만의 독특한 영상으로 우리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으며, 영종도는 이처럼 현실을 재해석하여 과거로 회귀시키는 태곳적 영상으로 재현되어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예술작품으로 그 가치를 발하게 될 것이다.

- 덕암 장한기 사진 평론가

삶이 힘들어지고 기대고 싶을 때 우리는 바다로 간다. 바다에서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더군다나 질척한 갯벌이 있는 서해 바다는 억척스러운 삶들이 그려져 있어 위안을 받고 세상에 다시 나갈 힘을 충전하는지 모르겠다.

어릴적 기억을 찾아 영종도 여행을 해 오고 있는 한 사진가가 있다. 그녀는 사각의 프레임속에 어떤 선과 어떤 빛을 그리고 어떤 시간을 담아내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그녀에게 또 우리들에게 무슨 의미로 다가오는가?

김윤경 사진가를 처음 만난 것은 ‘영종도 사진전’이 열리던 인사동의 갤러리였다. 영종도를 주제로 한 사진들은 모두 색을 벗겨낸 빛바랜 모습이었다. 마치 시골 외할머니집 벽에 걸린 오래된 흑백사진들처럼 오랜 시간에 희미해져 버렸지만 그 시간과 추억만은 또렷하게 기록해 둔 그것처럼 말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그러나 기억을 풍부하게 해 주는 사진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 같다. 하루하루 달라져가고 있는 영종도에 그녀의 사진은 아름다웠던 과거일 수 있고 앞으로 추구할 아름다운 미래일 수 있다. 사진가 김윤경이 남기는 영종도의 한 프레임은 분명 누군가의 기억을 풍부하게 해 줄 그런 사진이 될 것이다.

- 김창근 오마이뉴스 기자 겸 신공항하이웨이(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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