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1 ~ 2011.06.30
송동옥 회화전 <천지인>
천인합일(天人合一)의 미학
과거 동양인들은 자연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하늘[天]은 원형[圓]의 둥근 곡면이며 땅[地]은 방형[方]의 네모진 평면으로 보았다. 그래서 인간의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닮은 것이며 발이 평평하고 납작한 것은 땅을 닮았다고 여겼다. 이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기본적으로 천지(天地)라는 자연으로부터 생성되었고, 천지자연에 의해 생성된 형상체가 방원(方圓)이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세계관을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일컫는데, 모든 생명체가 천지(天地)의 활동을 통해 방원(方圓)의 형상성을 지닌다는 의미이다. 천지의 활동은 곧 천지로 대표되는 음양(陰陽)의 요소들이 끊임없이 대립하는 가운데 조화를 이루는 활동이다. 천지의 음양활동이 방원의 생명현상으로 나타난다는 천원지방의 세계관은 근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여기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이나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사유에 기인한다.
회남자(淮南子)에서는 “하늘의 이치를 원(圓)이라 하고, 땅의 이치를 방(方)이라 한다.”고 언급한다. 방과 원에 대하여 하늘과 땅을 대표하는 형상일 뿐만 아니라 그것에는 자연의 운행원리인 도(道)가 내재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렇듯 천원지방은 만물의 형상과 그 형상에 내재된 원리까지 포함하는 미학명제인 것이다. 이에 관하여 주역(周易)은 “하늘에서는 상(象)을 이루고 땅에서는 형(形)을 이루어 변화가 나타난다. … 하늘[乾]은 위대한 창조를 주관하고 땅[坤]은 만물을 완성시키는 일을 한다.”면서 천지의 상호작용을 통해 모든 생성과 변화가 생겨난다고 파악한다. 즉, 하늘이 창조적 주재자의 역할을 한다면 땅은 완성자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늘의 형상인 원(圓)은 끊임없는 변화와 창조를 주관하는 양의 성질에 해당하며, 땅의 형상인 방(方)은 하늘의 기운을 수렴하여 만물의 형상을 두루 갖추는 음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천지 ․ 음양 ․ 방원이 창조의 주재와 완성의 역할을 하는 가운데 끊임없는 생명활동과 변화가 일어난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가 기본적으로 방원의 형상 속에서 음양이라는 성질을 지님으로써 천지와 방원은 소통하게 된다. 방은 음을 내포하고 원은 양을 내포함으로써 방의 형상은 음의 고요한 성질과 유사하고, 원의 형상은 양의 활동적인 성질에 비견된다. 그래서 방과 원의 조합은 단순히 직선과 곡선, 평면과 원형의 결합이라는 형이하학적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음양이 끊임없이 동정(動靜)하는 가운데 생명을 낳고 변화를 일으키는 형이상학적 이치에까지 도달한다. 환언하자면 이러한 형이상학적 이치를 포함해야만 방과 원의 형상은 그 존재가치를 지니게 된다.
천지 ․ 음양 ․ 방원의 유기적인 관계는 동양의 모든 예술에서 ‘조화의 자취’, ‘자연의 이치’ 등을 반영하며 또한 반영해야한다는 전통적 심미사유를 형성하였다. 음양이 상호 대립하고 갈등하며 조화하는 가운데 모든 생명체가 끊임없이 생성 ․ 변화 ․ 발전을 거듭하여 방원의 자취로 구현되는 것이다. 즉, 예술의 창조과정이 천지의 마음으로써 음양의 이치를 담아내어 방원의 형상으로 체현되어야 유가에서 말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나 노장이 지향하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동양의 예술은 기본적으로 방과 원의 조형을 통해 자연의 조화로운 형상과 음양의 이치를 담아내며 천지자연의 마음을 체현하는 예술이다.
천원지방의 세계관은 생명활동의 근원이자 예술창작의 뿌리인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탄생과 변화가 천지의 끊임없는 음양활동에 의해 이루어지듯 예술품의 결과도 이러한 테두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에는 천지를 대표하는 음양, 나아가 음양을 대표하는 방원이라는 일관 속에서 모든 조형예술이 탄생되기 마련이다. 즉, 천지자연의 기본적인 형상과 이치가 인간의 형상과 사유로, 나아가 예술의 형상과 원리로 소통되는 과정이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예술체현인 것이다.
평인(平人)송동옥의 예술세계가 끊임없는 방원의 조형 활동으로 귀결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천원지방의 생태적 사유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장지훈 _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