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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사진전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April 19, 2008

2008.04.19 ~ 2008.04.28 / 청담

김혜진 사진전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사진아트센터보다와 서울문화재단, 사진예술이 후원하는 ‘보다 영아티스트지원 프로그램’ 선정작가 김혜진 개인전이 2008 4월 12일부터 4월 21일까지 갤러리 와(청담점)에서 열린다. 

어린 시절 보았던 개를 도축하던 어른들의 모습 속에서, 관계라는 틀 속에 무언가를 얻기 위해 먹고 먹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돼지와 인간의 관계를 외부 세계와 작가와의 관계로 비유하고 있다. 돼지와 사람 . 단절된 관계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슬 같은 사람들의 모습 들을 표현한 이번 전시는 작가 내면의 변화로써 일어나는 외부세계와의 갈등과 그 안에서의 작가자신의 모습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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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은폐된 폭력성

 

사진평론 - 김석원(공주영상대학 엔터테인먼트과 교수)

 

“인간은 동물과의 야만적인 관계를 부정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관계에 대한 기원을 혐오한다. 인간은 그들을 정복해야만 한다.” -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1892-1940)

동물들은 우리의 삶과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항상 동물을 인식하고, 심지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이름까지 지어 준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들은 그들이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물건처럼 그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실험용으로 사용되기도, 사랑받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음식의 재료가 된다. 인간이 동물을 제압하는 가장 폭력적인 방법은 그들을 죽여서 먹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동물들을 소비하는 다른 방식으로는 실험용으로 사용하고, 제한된 공간에 두고 감상하며, 옷으로 만들어 입기도 하는 등 수많은 방법들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동물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회피하려 들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을 외면한다. 우리들은 자신들의 주변에서 흔히 동물을 죽이는 광경을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무섭고 소름 끼치는 기분을 느낀 적도 있을 것이다.

죽어가는 동물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의 개인적인 목적 때문에 죽어가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내가 그 동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고통을 느꼈을 동물들의 심정이 어떨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김혜진이 사진작업의 동기부여를 일으키게 한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집에서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Blood And Bones,2004)’를 보았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살아있는 돼지를 죽이는 잔인한 장면이 있다. 영화에서 아무런 영문도 없이 죽어가는 돼지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싸우고 죽이는 사람들의 군상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녀는 아마도 인간의 이러한 모순된 행위에서 불러일으키는 혐오감, 잔인한 폭력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죽일 수 있는 많은 동물 중에서 하필이면 왜 돼지를 선택했을까? 이 부분에서 돼지는 두 가지 상징을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돼지는 인간의 주변에 근접해 있는 동물이면서 인간들이 추잡하게 생각하는 대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혹은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가리킬 때 ‘돼지 같은 놈’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이런 표현은 부정적인 측면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돼지 자체가 더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인간들의 관계에서 자신들만의 혐오감이 ‘다른 대상/돼지’로 대리배설 된 것이다.

두 번째는, 그녀가 이런 돼지와 자신을 동일시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등식화 시키면 ‘그녀는 돼지이다’. 란 문장이 생겨난다. 이런 식의 문장은 은유적인 표현에 해당되는데 이런 은유에서 방금 전에 언급한 것처럼 그녀가 정말로 돼지도 아니며, 탐욕스러움과 더러움의 상징으로서의 모습도 아니다.

그녀는 이런 돼지의 모습에서 인간의 이기심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함께, 사람들이 만든 제도에서 희생되는 자신의 모습을 연상했다고 한다. 즉, 그녀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돼지로 태어났다면 그녀는 인간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동일시를 느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은 ‘차이 속의 유사성’에 기초를 두고 있는 작업행위로 받아 들여 진다. 결국, 돼지에 관한 두 가지 의미는 인간 스스로가 만든 은폐된 폭력성을 드러내는 장치 인 것이다.

 

돼지의 세 가지 제한된 공간


“돼지는 더 이상 어떤 개체나 주체가 아니라 하나의 대상, 즉 그저 잘려진 고기조각, 저민 베이컨 조각, 얇은 살코기, 도톰한 스테이크이다” -『동물에 반대한다』, 에리카 퍼지(Erica Fudge)

김혜진의 사진에 대해서 살펴보자. 그녀의 사진은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 하지 않고 '스트레이트(Straight)' 하게 전통적인 사진방법으로 대상에 솔직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사진이 촬영된 공간에 대한 구분은1. 돼지가 현재 살고 있는 공간.2.돼지가 죽어있는 공간.3.돼지가 상품화되기 전의 공간으로 구획된다. 이것은 자연스럽게1,2,3으로 전이된다. 이런 모습은 돼지의 타고난 운명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1번에 해당되는 사진은 Untitled, 7번이다. 이것은 돼지들이 실재로 서식하고 있는 공간에 작가가 그들과 ‘동일시’ 되어 함께 찍은 사진으로, 사진 속 돼지의 모습은 앞으로 닥칠 그들의 운명을 예감하지 못하고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다. 이런 편안함은 돼지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모습과, 전체적으로 차분한 녹색배경이 잔잔히 묻혀있는 공간으로 인하여 관람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2번의 경우는 Untitled, 5번에 해당하는 사진으로 갈고리에 거꾸로 매달려서 축 늘어진 체 죽어 있는 수많은 돼지들의 무리 중에 그녀 스스로도 함께 ‘동일시’된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돼지의 목은 인간의 손에 의해서 제거된 상태이며, 중심이 밝고 주변부가 어둡게 처리 되어 있어서 관람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심으로 이동한다. 또한, 그녀의 피부 톤과 돼지의 피부 톤을 유사하게 한 효과는 돼지와의 ‘동일시’를 획득한다.

본인의 경우 이 사진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사진을 바라보면서 돼지의 ‘물성(物性)’ 에서 발생하는 ‘식욕’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식탁에 놓여있는 '돼지고기(Pork)'는 맛있게 먹으면서도 살아있는 '돼지(Pig)'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논리인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먹고 있는 돼지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하려고 한다. 인간의 이율배반적인 이러한 차이는 인간이 규정한 ‘개념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3번은 Untitled, 11번의 사진에 부합된다. 이 사진은 돼지고기가 비닐봉지에 덮인 다음 갈고리에 매달려 있다. 2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냉동실에는 돼지가 아니라 ‘돼지고기로 상품화’ 되기 전 공간인 것이다. 하지만, 정육점 불빛을 표방한 마젠타 계열의 불빛들이 매력적이거나 아릅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2번과 다른 점을 하나 더 찾아보면 작가의 위치가 2번의 경우 돼지와 ‘동일시’ 되었다면 3번은 돼지고기의 윗부분에 ‘작가/인간’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먹이사슬의 최고 위치에 군림 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 했을 수도, 혹은 이런 현상에 대해서 속절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모습이 ‘지금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김혜진의 사진은 관람자가 사전에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사진의 범주에 속해있다. 그렇다고 얄팍한 시각적 장치를 쓰고 있지도 않다.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애써 꾸미려고 하지 않았고 감상의 몫을 관람자에게 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직설적이고 충격적인 방법은 자신의 콘셉트와 정당하게 맞아 떨어질 때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 시키는 이미지를 좀 더 견고하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혜진 작가노트-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인간의 은폐된 폭력성)
나와 관계 없는 어떠한 비슷한 이미지들을 나열한 사진에는 성취감 또는 만족감 조차 느낄 수 없었다. 
나는 그런 방식의 작업은 원하지 않았고 언제나 고정 관념을 탈피하고 싶었던 내 고집과 틀에 맞춰 놓은 듯 한 방식의 이미지들의 나열은 나와 맞지 않았다. 
혹은 작가 자신과 관계없는 내용의 작업은 단지 만들어내기 위함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또는 내면의 변화로써 일어나는 외면세계와의 갈등 과 그 안에서의 내 모습 .. 나는 그런 것 들을 말하고 싶었다. 
다르나 같은 것 . 하지만 다른 것 . 밖으로 보여 지지 않는 의식 혹은 무의식 적인 존재들 그것들이 만들어낸 모습을 말하고 싶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내면의 잠재된 것들을 일으켜야 했다. 
언젠가 어떤 영상 속에서 도축되는 돼지들의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 영상이 한동안 내 뇌리에서 잊혀 지지 않았다 . 그리고 어릴 적 옆집에선 복날이면 항상 개를 잡던 옛 기억까지 끄집어내게 하였다. 그 사건은 어릴 적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으나 아무렇지 않은 사건으로 잊혀 졌었다.

내 무의식중에 개고기를 소유하려던 어른들의 모습이 관계라는 틀 속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먹고 먹히는 사람들의 모습 같았다. 
돼지와 인간의 관계를 외면 세계와 나의 관계로 비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영상속의 돼지처럼 어릴 적 보았던 개처럼 나를 비교하게 되었다. 
돼지와 사람 . 단절된 관계 .. 끊임없는 사슬 같은 사람들의 모습 들을 말하고 싶었다.

 

 

 

Boda Young Artist 지원프로그램
사진아트센터 보다가 주최하고 사진예술이 후원하는 Boda Young Artist 지원프로그램은 장래성 있는 젊은 작가를 선발하여, 전시지원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갤러리 보다의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여 작업을 지원하는 작가지원 프로그램이다. 또한 이번 작가 지원사업 중 일부를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한다. 
이번 Boda Young Artist 지원사업에는 사진을 이용한 시각예술을 하는 많은 젊은 작가들이 지원하였고, 11명을 최종 선발 하였다. 이중 선정된 11인에게는 2008년 상반기동안 갤러리 보다에서 작품을 발표하실 수 있는 개인전의 기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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